![]() 뮤지컬 <조지 엠 코핸 투나잇!> 출연 : 임춘길 기획/제작 : 쇼팩 장소 : 동양아트홀 1. 지난 10월 초, 국립극장에서 제2회 뮤지컬 페스티벌이 있었다. 정상급의 유명한 뮤지컬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20여편의 뮤지컬의 넘버들을 선보이는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보고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많은 뮤지컬들을 맛보기로나마 조금씩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보고 '공연장에서 꼭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뮤지컬도 여럿이었는데,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이하 <코핸>)도 그 중 하나였다. 말로만 듣던 임춘길씨의 무대를 그날 처음 실제로 보았고, 잠깐이었지만 그 희석된 느낌마저도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공연장에 가서 본다면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뮤지컬 페스티벌 보고 와서 '지름신'이 내렸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에 조지 엠 코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또 그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다(여기서 그들이란 내가 좋아하는 모 배우의 홈페이지 회원들). 2. <코핸>은 유령이 된 조지 엠 코핸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일생을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모노극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영웅급의 인물이라는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로서는 솔직히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뮤지컬 <코핸>은 여기에서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맞는다. 아무래도 코핸이라는 인물을 알지 못하니 <코핸>공연에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져서 공연장 안에까지 들어간 관객이라도, 무대 위의 코핸을 보며 100% 완벽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공연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좀 더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조지 엠 코핸은 어떤사람이지? 알고싶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봤다. 억지스런 마인드 컨트롤이 아니라, 난 정말 코핸이 궁금했다. 그 사람의 인생으로 모노극의 뮤지컬이 만들어질 정도라면, 결코 심심한 인생을 살다 가지는 않았을테지. 그리고 무대 위에는 진짜 조지 엠 코핸이 있었다. 3. 임춘길이라는 배우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언제나 '최고의 춤꾼' 등등, 춤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을 이룬다. 나는 말로만 들었지 눈으로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어서 기대는 했지만 조금은 막연했다. 뮤지컬계의 최고는 커녕 한 5등 쯤 되는 춤꾼의 춤도 제대로 본 일이 없는 것 같으니 더욱 그랬다. 내가 본 뮤지컬의 폭은 결코 넓지 않은데다가, '자, 마음껏 춤을 추세요' 하고 멍석을 깔아주는 무대도 별로 없었으니까. 뮤지컬 <댄서의 순정>같은 경우도 제목만 그럴싸하지, 영화보다 춤추는 장면이 더 적었다 싶은데. 그런 내 앞에 무대를 날아다니는 임춘길씨가 등장하셨으니! 난 경이로운 눈빛으로 1시간 반 내내 무대를 응시했다. 그 분의 그 춤만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많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들이 조지 엠 코핸을 롤 모델로 삼는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대사를 듣자마자 '아니 그렇다면 한국 뮤지컬 배우들은 조지 엠 코핸을 연기하는 임춘길씨를 롤 모델로 삼아도 되겠는데?'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그쯤 되면 조지 엠 코핸이라는 인물에 전혀 관심도 없고 무대에서 뭔 얘길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아도 현란한 볼거리만큼은 충만한 공연이 아니었나 싶은데. 내용이 좀 더 허술해도 난 아마 별 상관없이 공연을 즐겁게 보았을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코핸> 공연은 그 자체도 완성도가 높았다고 생각된다. 4.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그 중에 몇 가지가 빠져도 별 상관을 안했던 나의 시야를 조금은 넓혀주었던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무대에서 '모노극'을 연기하며 탭댄스를 추어야 했던 세 배우들에게도 이 공연은 하나의 도전이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공연이 내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한 것이 여러가지로 아쉽지만, 관객들 중 하나가 나였다는 사실이 참 소중하다. 이제 <코핸>공연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몇 회 남지 않았다. 한 번 더 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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