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유럽여행 : 11. 7월 27일 : 빈 도착, 미술사 박물관


11. 7월 27일 : 빈 도착, 미술사 박물관


새벽에 프라하로 내쫓긴 우리는 벤치에서 2시간을 보내고;;
새벽 4시인가 5시쯤, 역의 문이 열리자마자 역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노숙자가 따로 없다.
어쨌든 새벽 6시 기차를 타야 하는 우리는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

...
...
...

음 내가 잠들었었나...? .............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칠 때는 항상 자선 안될 때 -_-
0.5초만에 불길한 예감이 온 몸을 감쌌다. 급히 시계를 꺼내 보니 '5시 50분' 10분 전이다.
이 기차를 놓치면 우리는 8시 기차를 타야한다. 그때까지도 너무 잘 자고 있는 동행인 그녀.

"일어나! 일어나! 기차시간 10분 전이야!!"
"응? 응! 응!!" (후다닥)

10분만에 맡겨둔 짐을 찾아야 하고, 무거운 짐을 이끌고 플랫폼을 확인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상황에서 대체로 포기하는 편이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니깐.
'어차피 늦었네, 할 수 없지 뭐' 하고 어디 카페나 들어가 꾸벅꾸벅 졸며 시간을 떼우겠지만,
동행인도 있는데 내 맘대로 그럴 수는 없고, 일단은 10분동안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다.


우선 맡겨둔 짐을 찾으러 유인 짐 보관소로 달렸다.
그런데 거기 커다란 장애물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 : (표를 건네주며) 저희 짐 주세요! 빨리!"
직원 : (느릿느릿)                                     
우리 : 아놔! 빨리빨리! 급해요!                    
직원 : 추가요금 지불해라. 짐 두개니깐 60kc 
우리 :  ?????????????????????
                   


우린 더 이상 돈을 쓸 데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코룬을 딱 맞춰서 모두 써버린 후였다.
게다가 짐 보관소에서 추가 요금을 지불할까봐 전날 미리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땐 분명히 추가요금이 없다고 했었다 ㅜ.ㅜ 우린 그 말을 믿었는데...
.... 그러니까 문제는 저 직원이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구나 -_-;;;;

우리 : 어제는 추가요금 없다고 했잖아요?                           
직원 : 돈 없나? 그럼 짐 못준다. (짐을 들고 뒤로 들어가버림;)
나 : 아아아악~~ 2분 남았어!! 어떡해?                          
친구 : 어젠 분명히 추가요금 없다고 했어요! 얼른 짐 주세요!  
저희 기차시간 2분 남았어요!!! (절규)
               
직원 : 돈 없으면 짐 못준다니까!!!! (버럭)                            


실갱이 하는 사이 6시는 훌쩍 지나가 버렸고, 결국 6시 기차는 포기했다.
완전 몸에 힘이 쫙 풀려버린 우리는 다시 대합실 의자로 돌아왔다.
다음 기차는 8시. 그 안에 문을 연 환전소가 있을까?
단돈 2유로가 없어서 프라하를 뜨지 못하다니 -_- 참으로 웃지못할 시추에이션.

다행히 역 안의 한 환전소가 문을 일찍 열어 돈을 바꾸고 짐을 찾아올 수 있었다.
벤치에 멍하니 앉아 다음 기차시간을 기다렸다. 두시간이라는 시간이 참 애매하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피곤은 더욱 무겁게 날 눌러오고, 집중력이 흐려지던 찰나,

한 한국 아주머니 등장. 나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이랑 길게 대화하는 거 싫어한다.
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 사교성도 좋지 않다. 친구는 그렇지 않았지만.
몸도 피곤하고 귀찮아 죽겠는데 끊임없이 말을 거니 아주 죽을 지경이었다. T_T
게다가 그 사람, 말이 정말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ㅠ_ㅠ

우리에게 돈까지 주며 이것저것 먹을거라도 같이 사먹자고 그러고,
게다가 그 아주머니도 빈 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우리랑 같은 방향임을 알고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친구는 보조가방 하나를 또 도난당했다. 아주머니는 자기때메 그렇게 된거 같다며 오버를;;

제발 ㅠ_ㅠ


시간이 참 더디게 흘러 드디어 여덟시. 빈 행 기차에 올라탔다.
프라하, 도착하는 것 만큼이나 떠나는 것도 이렇게 힘들 줄이야.
도저히 입을 뗄 힘도 없어서 시트에 누워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는데, 잠은 또 오질 않는다.
그럴 수 밖에... 그 아주머니가 끝도없이 말을 하고 있었으니 ㅠ_ㅠ
그냥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눈감고 있는 나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ㅠ_ㅠ
아예 대답 안하고 자는 척 했더니, "저 학생은 왜저러냐"며 내 친구에게 묻기까지 ㅠ_ㅠ
아놔 진짜!!! 폭발일보직전까지 갔다 -_-

난 좀 못되먹어서 그런지. 저렇게 처음 보는 사람의 대화상대를 해줄 수 없는데.
친구는 아주머니의 대화상대를 아주 잘 해내고 있었다. 어제 잠을 좀 자서 그런가?
친구가 유창하게 영어를 할 때 만큼, 무척이나 존경스러운 순간이었다. ㅠ_ㅠ


헉헉. 휴우. 힘들게 힘들게 빈 도착.


역 안에 이런 가게가... 컵라면 하나에 막 3유로! 너무해...
게다가 더운 여름이여서 그닥 당기진 않았다.
난 이상하게 유럽에서 한국음식이 전혀 생각나지 않더라.


빈에는 꽤 알려진 숙소가 있다.
Wombat이라는 곳인데, 깔끔하고 저렴해서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곳이다.
우리도 Wombat에 숙소를 내정하고 있었는데 이 아주머니가 자기도 Wombat에 갈거라며,
잘 됐다고 난리다. 게다가 자기는 오늘 짤츠부르크에 가 봐야 겠다면서
우리에게 숙소를 자기꺼까지 예약해달란다. "없으면 할 수 없구, 있으면 해줘~" 이러는데,
핸드폰도 없는 유럽땅에서 뭐 어쩌라는건지... 예약했다가 아주머니 안오시면 예약금은?

친구는 만약 아주머니가 우리 믿고 왔는데 잘 곳이 없으면
밤에 숙소를 어떻게 구하냐며 아주머니꺼 까지 예약을 하자고 한다.
이 착해빠진것. 결국 아주머니꺼 까지 예약. 아니 우리가 왜 그래야되는데? ㅠ_ㅠ


City Hostel Wombat (Grangasse 6), http://wombats.at
1박 20유로 내외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한 내용이) 도미토리, 방마다 샤워실,
코인라커, 세탁시설, 인터넷, 수영장, 레스토랑, 펍... 등이 딸려 있음.
1박 1인 1잔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 - 맥주, 탄산음료, 하우스와인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 대여. 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Wombat은 베를린, 뮌헨, 빈에 두 곳 - 총 네군데에 있다. 네 군데 모두 평이 좋고,
가격대비 정말 깔끔하고 아늑한 곳이다.


세 자리가 없어서, 첫 날은 2인실+보조침대1개로 쇼부;를 봤다.
더블룸도 1인당 25유로가 채 안됐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는 아주머니가 그래도 연장자인데 어떻게 보조침대에 자라고 하냐며-_-
본인이 보조침대에 잤다는... 이 착한것;;


숙소 근처. 이 날도 무척이나 하늘이 맑았더랬다.


프라하에서 체력을 심하게 소진했기 때문에, 빈에서는 무조건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24시간권 = 5유로 = 6천원정도? 음 뭐 나쁘지 않네.


빈은 거리도 그러했지만, 지하철도 무척이나 깔끔한 분위기이다.
프라하와 달리 사람(&한국인)도 많은 편이 아니었고.



빈 시내에는 시청사, 궁정극장, 국회의사당, 자연사 박물관, 미술사 박물관, 구왕궁,
오페라 하우스
등 유명한 건축물들과 미술관, 박물관들이 다 고만고만한 거리에 몰려 있다.
걸어서 모두 구경할 수 있을 정도.

건축물은 한 숨 돌리고 봐도 되니까, 일단은 미술사 박물관 부터 들르기로 했다.
미술사 박물관자연사 박물관은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보통은 관심사에 따라 둘 중 한 곳만 가본다고 한다. 우리는 고민할 것 도 없이 미술사 박물관.



미술사 박물관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7,000여점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미술관이다. 프란쯔 요세프 황제의 제국광장 건설의 일환으로
1871년-1891년에 자연사 박물관과 함께 건축, 외관은 자연사 박물관과 같은 르네상스 양식,
내부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음.

 
내부는 사진촬영 가능. -.-


1층으로 올라가는 한 가운데에는 카노바의 <켄타우르스를 죽이는 테세우스>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친구의 결혼을 망친 반인반마 켄타우르스를 죽이는 모습.
..... 야만에 대한 문명의 승리를 의미한다나. 흠 -.-



그밖에 유명한 작품은 피에테르 브뤼겔의 <바벨탑>, 렘브란트의 <자화상>,
루벤스의 <모피>, <비너스 경배>, <일데폰소 제단화>, <성모 마리아의 승천>
티치아노의 <호모에코>, <비올란테>, 크라나흐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든 유디트>,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마르가리타 테레지아>
시리즈~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정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별 관심 없었는데,
마르가리타 테레지아의 아기때부터 소녀때까지의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기념품 코너에서 사진엽서도 잔뜩 고르고는
빈의 번화가인 케른트너 거리로 향했다. 뭔가 점심을 먹기 위해서~

오스트리아에는 NORDSEE라는 이름의 해산물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거길 들를 생각이었다. NORDSEE는 빈 시내에만 20여곳에 체인점이 있다.
해산물을 이용한 샌드위치부터 샐러드, 연어구이 등
종류도 가격도 각양각색^^ 뭘 먹어야 할지 한참을 헤맸다.





NORDSEE에서 점심겸 저녁을 해결한 뒤에 시내를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탁 트인 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참 힘들었던 하루의 시작. 아주 오랜만의 휴식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by 하치 | 2007/11/27 02:33 | 여행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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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택씨 at 2007/11/27 10:12
긴박한 여행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글입니다.(읽다가 숨을 멈추기까지)
켄타우루스가 야만의 상징인가요? 간혹 지혜(智慧)를 가진 존재로 묘사되지도 않나요?
간접으로 유럽을 보게되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하치 at 2007/11/27 13:34
감사합니다. ^^
그리고 켄타우루스 얘기는 여행책자에 의존한 것입니다 ㅜㅜ 흑.
해석이 다를 수 있네요.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Commented by 택씨 at 2007/11/27 20:58
그리스 신화에 보면 어떤 영웅의 선생노릇으로도 나오고, 헤라클레스의 경우는 배신을 때리는 악당으로도 나오고 해서 꼭 나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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