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 모 동호회 이야기


  어제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나우누리 모 동호회에 속해서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난 지도 거진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연락이 되는 사람들은 10명이 채 안되는 것 같고, 자주 만나고 있는 사람은 두 세명 뿐인데, 그래도 '결혼식' 같은 행사가 있으니 여러 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네요. 물론 그래봐야 5-6명이지만. 지난 가을 모 언니의 결혼식때도 그랬고 어제 모 오빠의 결혼식때도 그랬으니. 결국 헤어질 땐 '우리 다음 결혼식 때 또 만나' 하는 농담섞인 인사로 헤어졌다죠.

  모 동호회의 정체는 어떤 면에선 유명한것도 같은데 또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것도 같은 뮤지션의 팬클럽입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회원;들도 비슷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더군요. 이를테면.


A의 남자친구 : B랑은 언제부터 친한 친구였어?
A : 으응... 그냥 인터넷 동호회에서 알게 된 친구야. 한 10년쯤 됐나?
A의 남자친구 : 아 그래? 무슨 인터넷 동호회?
A : 으응... 그냥 친목동호회야.;;;; 나우누리에 있었던.
A의 남자친구 : 나우누리? 그냥 친목... 동호회? 
A : 응;;
A의 남자친구 : 그냥 친목이 어딨어. 뭔가 공통적인 주제가 있으니까 동호회를 했을꺼 아냐.
A : 그냥 옛날에 어떤 가수;;; 팬클럽이었어 -_-
A의 남자친구 : 가수? 가수 누구? 
A : 오빠는 말해도 몰라.
A의 남자친구 : 그래도 말해봐.
A : ...
A의 남자친구 : 누군데 그래. 
A : 유영석. 알아? 모르지? 모르잖아?
A의 남자친구 : 그게 누군데? 
A : ... 화이트 알아?;;
A의 남자친구 : 몰라? 
A :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 몰라?
A의 남자친구 : 모르겠는데.
A : (다른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A의 남자친구 : 모르겠는데.
A : 그럼 푸른하늘 몰라? 
A의 남자친구 : 모르겠는데. 
A : 겨울바다 몰라? 자아도취 몰라?;; (절박)
A의 남자친구 : ....글쎄
A : -_- 거봐 내가 말해도 모를거라고 했잖아!! 


  세상에 그를 모르는 사람은 참 많더군요. 아는 사람이 훨씬 적어요. 나는 팬이라 팬클럽까지 들었다는데 주변 사람들이 전혀 누군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반응하면 그 뒤로 말을 꺼내기가 좀 민망해집니다. 그래서 말 꺼내는 걸 이상하게 피하게 되요. 그렇다고 그 분이 인디 뮤지션도 아닌데 말이지요. 위에 말한 A언니는 나름 서른;;을 며칠 앞둔 나이였는데도 그랬으니, 그보다 어린 저의 경우는 더 심했죠. 제가 초등학교 때 서태지는 이미 은퇴했고, 그 이후로 완벽한 HOT+젝스키스 세대였거든요. 쿨럭. 어쨌건 우리는 모여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우리가 '유리상자 팬클럽' '전람회 팬클럽' '이승환 팬클럽' 정도만 되도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거야! 우린 왜 이렇게 당당하지 못하고 작아져야 하는걸까! 우리 그냥 껍데기를 아예 바꿔버릴까? 그럼 뭘로 바꿀까? 

  '원더걸스 어때!' 

  그 말을 하신 분은 대각선 끝에 있는 언니가 잡지책을 무심히 넘기는 중간중간에도 살짝 스쳐지나가는 잡지 속 여자들을 보며 '아 원더걸스다!' '아 소녀시대! 태연 짱!' 을 반복하셨죠. 원더걸스는 강해요. 하긴 5년쯤 전엔 민들레 영토를 '화이트 팬클럽'으로 예약하기 싫어서 '전지현 팬클럽'으로 예약해버린 적도 있었다는데.;;;

  어쨌든 그곳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 그 배경엔 그 분의 팬;;; 이라는 동질감도 존재했겠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인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였죠. 적어도 '이번에 새로 나온 토이 6집 들어봤어?' 정도의 대화는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랄까. 근데 이젠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새로 나온 음반을 챙겨가며 들을 여력이 안된다는 듯한. (아무래도 CD사는 사람들도 적어진 것 같고) 그런 느낌을 좀 받았어요. '그냥 멜론에서 1위부터 100위까지 다운받아서 들어. 그 중에 맘에 안드는 노래 있으면 빼고 듣고 몇주 있다가 또 다운받고. 그렇게 듣다 보니까 편하더라고' 

  다음 결혼식은 어느 분이 될지 모르겠네요. 남자친구가 있는 저 위에 A언니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을. 




  
 
by 하치 | 2007/12/16 05:46 | 시간을 보내며 | 트랙백 | 핑백(2)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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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Exhibition, xbti.. at 2008/01/27 19:43

... 헬스클럽은... 글쎄 좀 거부감이 드네요. ㅠㅠ 제 동선 위에 헬스클럽이 꽤 많긴 한데 딱 맘에 드는 곳이 없다는. 여성전용은 당연히 없고. 툴툴거리고 있습니다. 5. 토요일에 나우누리 모 동호회 모임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무려 여덟명이나 모였다는. 그 중엔 평생토록 보지 않을꺼라고 다짐했던 사람도 한 명 끼어있어서(올지 몰랐;) 조금 당황스러웠고, 제가&nbsp ... more

Linked at Exhibition, xbti.. at 2008/06/14 23:16

... 어제 명동에서 모 동호회 모임이 있었다. 한명 언니가 곧 결혼을 해서, 청첩장 전달 모임. 성공적으로 무려 9명이나 모였다. 놀랍다!! 그래도 이렇게 이따금씩 만나게 되니 참 다행이다, 라는 느낌. ... more

Commented by 유카 at 2007/12/16 21:48
저의 경우에는 서태지옵하를 15년동안 아이돌로 뫼시고 오덕질을 했습니다.
뭐 그 분이야 대한민국에서 모른다고하면 .... 음... (지금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야 모를수도 있겠지만 ㅠ_ㅠ) 우리 또래에선 모른다고하면 간첩이지..싶을 정도로
꽤 유명한 분이니까요...

(..라고 말했지만 그 분 노래가 교과서에 있으니..알지도;;)
하여간 15년을 오덕질을 했더니 저는 뭐; 주위에서 다 알기도 알고.. 이젠 포기하고 그럽디다; ... 음 여튼 이야기는 그게 아니고;
저도 제 아이돌의 첫 온라인에서 빠질은.. 천리안과 에듀넷이었네요

에듀넷은.. 나름 교육적 목적의 커뮤니티였음에도 꽤 많은 팬클럽들이_-;;;
Commented by 하치 at 2007/12/16 23:40
누구나 인정해주는 사람을 아이돌로 모시면 참으로 편하지요!
.... 라고 쓰고 보니 서태지를 아이돌로 모시기엔 고달픈 일들도 많겠군요 ㅜ.ㅜ
기다림의 일상이라던가, 기다림의 일상이라던가, 기다림의 일상이라던가... ㅜ.ㅜ

저희;;같은경우 팬이랍시고 모여있긴한데 별로 팬클럽.....같진않았고
애증이 뒤섞인 모호한 성격에 회원들끼리 친목이 특별히 강했어요.
그래서 더욱 팬클럽이라는 간판이 무안했던 것 같아요.

그리구 저도 에듀넷 했었던 기억이 (..)
Commented by 바람 at 2007/12/17 00:12
제가 아는 한 가장 어린 회원도 이제 20대 중반(?)으로 달려가고 있으니요 ^^;;
요즘은 노래보단 뮤지컬이나 음악감독, 방송인;으로 많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은 그분. ;ㅁ;

그러고 보면 '대화방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한 거지요. :D
Commented by 하치 at 2007/12/17 00:54
어느곳에도 크게 알려져있지는 않으니 거참 (.....)
가장 어린 회원 20대 중반 맞습니다, 맞고요.
결혼하신 분은 ID 별*** 님이십니다. (괜히 말하기)
Commented by snowcafe at 2007/12/17 01:41
'전지현 팬클럽' 그 김모시기놈이 그렇게 한걸껄?
민토에 들어갈때 알바생이 '전지현팬클럽이시죠? 풋!' 잊을수없다.
그날 나한테 많이 맞았을껄? 우리 간만에 소집해볼까? ㅋㅋ
Commented by 하치 at 2007/12/17 02:06
박ㅈㅌ오빠가 한거 아니고? (이분 전지현팬으로 기억)
소집해볼까~ 다들 한강이남이니 강남즈음에서 미리 스케줄 다 정해서 T_T
Commented by 택씨 at 2007/12/17 16:05
'푸른바다'는 꽤 유명한 곡 아니었나요?
Commented by 하치 at 2007/12/17 17:16
헛 푸른바다가 아니구 겨울바다..겠죠? -ㅂ-
꽤 유명한 곡인데 관심없으신분들은 모르시는듯 ^^
아님 너무 오래되서 잊어버렸을지두... 거의 20년 전(허헉-) 노래니까요.
Commented by 택씨 at 2007/12/18 13:55
하치님 / 실수!! 겨울바다요.
명곡4엔가도 들어갈만큼 유명한 노래였는데.... 벌써 20년인가요?
세월은 빠르고도 빠르군요.
Commented by 목장별 at 2008/02/27 17:57
화이트 음악 참 좋아했습니다. W.H.I.T.E. 는 너무 좋아해서 영어 랩까지 거의 다 외워버렸죠. ^^; P.M.K.P. 도 좋아하고, 눈부신 그녀도 좋아하고...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데.. '셋방 살이로 시작한다는건~' 이라고 시작하는 노래도 아주 좋아했죠. 그러고보니 모두 다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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