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가기


1.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분(언니)은 저에게 하루에도 수많은 질문을 합니다. 개인적인 질문부터 네이버 지식인 용 질문까지 종류는 매우 다양. 방금 전은 펀드랑 CMA통장에 대해서 물어보시네요. 그런건 괜찮지만 개인적인 질문들은 좀 난감합니다. 살고있는 집이 보증금 얼마 월세 얼마짜리니, 이런것도 물어보고. 며칠 전엔 '부모님은 뭐하시니' 이런 질문까지 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봐야 할 사람이고, 그 분도 그냥 별 생각없이 물어보시는 것 같고, 그래서 그때그때 적절히 대처를 했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딱히 악감정은 안생겼어요. (저 많이 착해졌나봐요!)

  근데 절 봤읕 때 제일 첫 질문이 이거였어요. '혈액형이 뭐에요?'
  혈액형 질문은 아주 오랜만이라. 'O형이에요' 
  이어지는 질문 '그럼 남자친구 혈액형은?'
  .... '남자친구도 O형인데요'

  그 뒤의 얘기는 안할게요. 어제 전에 일하던 분 한분이랑 저 언니분과 셋이서 정말 오랜만에 혈액형을 소재로 긴 대화를... '구경' 했어요. 그 상황에서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대우씨가 했던 그 대사를 읊을 수는 없었어요. 상상만 했지요. 전 그냥 가만히 묻어갔습니다. 그저 스처가는 사람에게, 저에대한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기도 하고... (← 핑계)


2. 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요. 가끔 맥주를 마시기도 하지만, 친구들끼리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러 가는 그런 일은... 이제 절대 생기지 않더군요. 하지만 저는 커피를 마셔요. 가끔 토스트와 함께, 가끔 샌드위치와 함께, 가끔은 케익과 함께. 하지만 배고플때야 그러고, 대부분은 그냥 커피만 마셔요.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어요. '카페에서 쓰는 커피값 아까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분들인줄로만 알았는데(이것도 편견). 아니었어요. 20-30대의 젊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커피값 진짜 아까워. 밥 한끼 값이잖아. 몇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면 됐지, 몇 천원짜리 커피를 왜 마시나 몰라' 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왠지 억울하고 슬픈 기분. 원두커피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

  그 상황에서 '음 저는 일주일에 3-4번씩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데요'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orz 완전히 된장녀로 찍힐까봐 또 숨죽이고 가만히 있었어요. '난 커피를 마시는 대신 다른곳에서 돈을 아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딱히 그런것 같지도 않고. 그저 술을 안마신다는 것 뿐. 쿨럭-_- 커피야 집에서 마시면 훨씬 저렴한데 왜 카페에서 마시냐고 묻는다면, 술도 집에서 마시면 훨씬 싼데 왜 밖에서 마시냐고 되물어 주고 싶었... 애주가 애연가들 중에 '커피값 아까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신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죠 뭐. 저도 '술값 아까워, 담배값 아까워' 하고 생각하니까. ^^;;


p.s  그 대화를 마치고 친구들 만나 홍대 빈스빈스에서 와플과 함께 커피 마셨습니다. 흠흠. 빈스빈스 와플 맛있긴 했지만, 저는 그 명성에 비해선 조금 실망. 의외로 평범하던데요 ^^ 전 좀 더 쫀쫀한 와플이 좋더라고요. 쫀쫀한 와플이 벨기에식이라면, 다음엔 그걸 한 번 먹어봐야겠어요. 비싸서 또 가게될지 모르겠지만.


by 하치 | 2008/01/16 11:42 | 시간을 보내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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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카 at 2008/01/16 12:27
1.정말 친하지 않은 이상.. 그것도 내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에 개인적인 것은 물어보는건 실례일텐데....

사람들을 그걸 실례가 아니라 관심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지요..
막상 당사자들은 같은 일을 당하게 되면 자신들도 불쾌해할꺼면서 말이죠..

2. 저는 차(茶)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합니다.
한잔에 300원짜리 자판기커피도 좋아하고.. 3,000~4,000원짜리 브랜드커피도 좋아해요..
옷이라든가 음악이라든가처럼 음식에도 자신의 취향이 있는건데, 특별히 자신의 벌이에 비해 사치하는 것만 아니라면.. (그것도 매일매일) 그러니까 고가 브랜드의 커피를 사마신다고 해도 본인의 능력이 있다면.. 뭐라고 할 일은 아니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한다는데, 보태주거나 하지 않을거면 지나친 참견은..
무례인거죠
Commented by 택씨 at 2008/01/16 12:54
1. 사회의 무절제한 예절에 놀라고 계시는군요.
(묻어가기는 아주 좋은 스킬입니다. 흐흐)

2. 하치님 같이 자신의 취향에 떳떳한 태도가 좋아요. 첫째는 60만원짜리 인형도 샀는걸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요. 지금은 점점 이해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하치 at 2008/01/18 23:51
유카 / 악감정이 없다는 걸 아니까 기분나쁜 티를 내기도 참 그렇더군요 ^^
택씨 / 무절제한 예절! 정확한 표현이에요.
온라인상에는 제 취향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는데,
오프라인상,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냥 숨죽이고 있는 편인듯해요 orz
지극히 방어적인 자세로요.
Commented by Obituary at 2008/01/19 21:00
2. 개인의 취향에 간섭하는 건 참 안될짓이죠.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한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닌데 왜 다들 그렇게 참견하고 싶어하는지.. 참 아이러니해요. 그 비싼 커피 한잔 사주기라도 하고 참견을 하던지 말이죠. 훗훗.
다만.. 한때(?) 피를 토할 정도로 술을 마시다가, 절주를 선언하고 나니 그 남는 돈이 또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더라구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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