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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숭례문 화재 소식을 듣고 처음엔 가벼이 흘려 넘겼습니다. 처음엔 화재원인으로 누전이 언급됐었어요. 또 작은 화재라고 하기에 금방 진압될 줄 알았죠. 게다가 그냥 건물도 아니고, '숭례문'에서 발생한 화재인걸요. 어련히 잘 끄겠거니 했어요. 웃고 즐기며 무한도전 동영상을 보다가 돌아와 보니 왠걸, 숭례문은 자욱한 흰 연기와 함께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현판을 뜯어냈다는 얘기, 2층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속속 들려왔습니다. 그쯤 되니 TV를 켜기 두려워지더군요. 미국의 911사태가 생중계되었던 것 처럼, YTN을 틀면 숭례문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겠죠. 듀게의 개블리도 그 깊은 새벽시간까지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울분을 터트리며. 뒤늦게 TV를 켰더니 불이 진압되는 듯 하다가 다시 폭발하듯 타오르고, 현판을 떼어내고, 2층과 1층이 차례로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현실이 더욱 작위적이고, 비현실이 오히려 현실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잠을 몇시간 자고 일어나자마자 TV를 켰습니다. 예의 예상 가능한 순서대로 방송이 나가고 있더군요. 시민들을 취재하고, 그 와중에 V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입장에 대해 취재하다, 관리 소홀 문제로 넘어가는. 전 정말 역사에 대해서는 지식도 얄팍하고 역사의식도 부족한 사람 중 한명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보기에도 지금 이 상황이 답답하고 슬퍼요. 아시겠지만 저도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라는 말은 오히려 우스개소리처럼 들려요. 이래서는 사사건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고 말하던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명박이 서울 시장이었을 때 숭례문이 개방되었고, 올해 취임을 앞두고 이것저것 들쑤시고 있는 그가 미운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초부터 치솟은 숭례문의 불길이 '불길한' 징조라는 생각을 저 역시도 떨쳐버릴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감정을 추스리고 좀 더 현실적인 논의가 오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힘들다는 건 잘 알지만. 아침에 뉴스에서 듣기로는, 광화문 복원만으로도 목재가 충분히 부족하다고 하네요. 자재만 갖춰진다면 1년-1년반이면 복원이 완료될 수 있으나 자재를 구하는 기간까지 더해보면 4-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부디 잘 복원되어 숭례문이 예전과 같은 당당한 그 모습을 꼭 되찾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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