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 2008>



추격자 (The Chaster, 2008)

감독 : 나홍진
출연 : 김윤석 (전직 형사, 엄중호)
         하정우 (연쇄살인범, 지영민)
         서영희 (김미진)


0. 개봉한지 겨우 한달 됐는데, 엄청 뒷북 느낌. 그래도 극장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1. <추격자>의 시사회 평이 속속 들려오던 그때부터 나는 이 영화가 보고싶었다. 몇주 전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질 때에도 영화 보기를 계속 미뤄온 건 솔직히 겁이 나서였다. 내가 이 영화를 견딜 수 있을까, 하곤. 사람들이 말했다. 좋은 영화지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엔 좀 그렇다, 라고. 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 19세미만 관람불가, 스릴러, 김윤석과 하정우, 신인 감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영화가 흥행하는 데엔 법칙따위 없는 듯 하다. 결국 공포감을 무릅쓰고 <추격자>를 보러 갔다.

2.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흘러갔다. 범인은 너무 일찍 잡혔고, 영화의 끝이 처음부터 뻔히 보인다. 이렇게 답이 다 나온 상황에서도 보는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니. 심장은 터져 나갈듯 쿵쾅거렸다. 피가 튀는 장면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 다 합쳐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다. 그 비주얼적인 잔인함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영민은 살인마라고 하기엔 너무 어리숙했고, 또는 천진했다. 망원동은 내가 사는 곳의 바로 옆동네이고, 미진이의 집이 있던 합정동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실제 망원동에서 촬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 속 배경의 현실 감각이 묘하게 피부로 와 닿는다. 계단과 오르막길로 이루어진 미로같은 좁은 골목들도, 어디에나 있는 방딸린 작은 수퍼도, 어느 집에나 있는 허름한 공구주머니 속 묵직한 망치까지도.

3. 하정우는 다른 영화에서도 몇 번 봤는데, 영화 마다 다른 사람같다. 연기도 잘하지만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같은 느낌. 김윤석은 송강호가 연상된다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어째서? 잘 모르겠다. 외모에서 주는 느낌 자체가 많이 다른 걸. 서영희는 가학성을 자극하는 외모라는데에 동의.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들도 좀 그렇고 그렇긴 했고, 그래서 같은 여자로서 좀 짜증도 났고, 비호감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추격자에서는 아주 잘 해주었다. 예쁜 얼굴에 그 애처로운 분위기까지. 비중은 높지 않았지만 나름 중요한 역이었던, 중성적인 매력의 박효주도 좋았다. 별순검에서도 눈여겨보던 배우였는데, 여자 형사로 환생이라도 한 느낌.

4. 이제 김윤석, 하정우도 메이저급 배우가 되는 것일까? 시나리오가 마구 쏟아지고 있다는데. 괜히 아쉬운 느낌.


by 하치 | 2008/03/13 15:23 | 영화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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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bituary at 2008/03/13 15:31
봐야지, 봐야지 하고는 있는데 아직 못봤어요. 복학의 압박은 강하네요..;)
Commented by 담요 at 2008/03/13 17:46
너무 무서웠습니다. 뒷부분은 너무 잔혹했구요.
그래도 좋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하치 at 2008/03/14 00:02
Obituary / 꼭 보세요 ^^
담요 / 잔혹했죠. 전 눈을 꼭 감고 중간중간 실눈을 뜨며 봤습니다. ㅜ.ㅜ
Commented by smileagain at 2008/03/14 09:37
4.동감합니다..
하정우는 고현정과 함께 드라마한 배우지요? 그전에 김기덕의 시간에 나왓던듯..시간을보면서..이.남자(!)...좋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김윤석은..타짜의 아귀전에 아침드라마의 무슨 조강지처버린 뻔뻔한 못된놈?!으로 나왔는데 그때는 이.배우(!)...좋구나..라고생각했는데 .....
추격자가 뜨는걸 보면서 아~역시 내가 선택한분들은......선견지명이....초큼 으쓱했는데.....역시나............이젠 이느낌이 없어지면 어떡하죠????
3.서영희..를 볼때마다 쟤는 참..박복?하게 생겼다..역할때문에 그러는거야? 생긴것때문에 저런역할만 들어오는거야? 생각했는데...음..가학성을 자극하는 외모!!그럴듯 한 느낌이네요..

갑자기 뚱딴지의 글을 남겨서.죄송해요.
언제부터인가 쭈욱..보고잇었어요...저도 마포쪽이라서..^-^
하치님덕분에 청해루도 다녀오고 동경은 갈때마다 못찾고ㅎ...홍대맛집들을 쭈욱 다녀보려구요!
Commented by 하치 at 2008/03/14 12:02
4. 매력적인 분들이니 언젠간 빛(?)을 보실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
5. 박복한 외모 -ㅂ-; 하하. 가학성을 자극하는 외모라는 말은 다른 게시판에서 본 문장이에요. 저도 보고 그럴싸하다고 느껴서 인용했지요.

동경은 가게가 눈에 안띄긴하는데 놀이터 옆 길가에 있어요!
엔젤리너스 커피 맞은편을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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