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8U

  한 동안 IH8U라는 메신저 대화명을 사용했었죠. 

  순간이지만 분노가 극에 달했었습니다. 싫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고, 결국은 슬퍼졌고, 꽤 한참을 울었습니다. 나는 피해자에요.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았고, 상처를 준 사람은 지금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게 명백한데도 화를 내기 보단 습관적으로 자책하고 있는 제 자신이 정말 싫었어요. 상처받은 건 내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내가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되뇌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내가 성폭력을 당한 건 짧은 치마에 타이트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니 끔찍합니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면서요. 저 자신을 좀 더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상처받았어요. 저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내가 예민하고 나약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죄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은 잘못되었습니다. 나처럼 깊숙이 상처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고서 날 생각하는 척 하고, 날 그리워하는 척 하다니. 그렇게 날 아낀다면, 날 생각한다면, 어째서 그 손톱만큼의 배려도 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렇게 얄팍한건지. 아니면 그 부분에 어떤 장애라도 있는건지.

  보기 싫은 사람은 억지로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지금까지 그래왔어요. 잠시 눈을 감고 참아보려 했지만, 이미 한계에요. 지금은 저라도 제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최소한의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남을 배려하나요. 지금 저에게는 그런 여유따위 없어요. 전 천사표가 아니거든요. 열 개중 딱 한 개의 썩은 과일 때문에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제 마음도 많이 아파요. 그 썩은 과일은 지금 제게 너무 치명적이에요. 

  전 정말이지 아무도 싫어하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by 하치 | 2008/03/14 01:13 | 시간을 보내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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