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 7/2





뮤지컬 <헤드윅>

출연 : 김다현 (헤드윅)
         김영지 (이츠학) 
기획/제작 : 쇼노트
장소 : 상상아트홀 


  2005년 한국 초연부터 지금까지 늘 화제를 몰고다니는 뮤지컬, <헤드윅>. 딱히 헤드헤즈라고 할 만큼 헤드윅 매니아는 아니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뮤지컬 중 하나이다. 대극장보다는 소극장에 어울리는 공연이라는 점, 밴드가 무대위에 모두 등장하는 콘서트형식의 열정적인 락 뮤지컬이라는 점. 그리고 모노극에 가까울 만큼 헤드윅 혼자 공연을 끌고 나간다는 점(이라고 말하면 이츠학이 서운해할까? 헤에. 나는 등장인물이 적게 등장하는 공연이 이상하게 참 좋더라). 
  뮤지컬 <헤드윅>은 내게 신기한 매력을 발산한다. 만약 내가 A라는 배우를 특별히 좋아해서, A가 연기하는 헤드윅을 보고 나면, B가 연기하는 헤드윅이 궁금해진다. C는 어떻게 연기할까. D는? 가능한한 모든 배우가 연기하는 헤드윅을 보고싶고, 느끼고싶다. 배우들마다 '헤드윅' 을 해석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고, 또 매력의 포인트가 다르다. 더블,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뮤지컬이 그렇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내게 <헤드윅>은 그 폭이 좀 더 넓게 느껴진달까. 
 
  처음 <헤드윅> 정말 백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관람했었다. 배우가 송용진이라는 것 밖에 몰랐다. 송용진도 그때 처음 보았다. 헤드윅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동베를린에서 태어났고, 성전환수술에 실패해서 1inch의 페니스가 남아있다는 점 뿐. 뮤지컬에 대한 견문(?)은 지금도 얄팍하지만 그땐 훠얼씬 더 얄팍했었으니. 공연을 봤던 그 날(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기도 했지만), 혼자 떠들어대는 헤드윅의 얘기가 귀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쟤 지금 무슨얘길 하고 있는거야?' 내게 남은 헤드윅의 기억은 그 강렬한 비주얼과, 송용진의 파워풀한 가창력과, 옷과 가발을 벗어던지고 부르던 'midnight radio' 그 뿐이었다. 나는 헤드윅이랑 그렇게 잘 맞진 않나보다, 하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헤드윅>의 감동은 너무나도 뒤늦게 찾아왔다. o.s.t 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어보며, 가사들을 가슴에 새기며, 이렇게 아련한 노래를 불렀었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헤드윅의 겉모습에 현혹되어(!) 노랫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헤드윅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던 내가 헤드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외울 정도로 o.s.t 를 듣고, 나는 <헤드윅>의 막이 어서 다시 오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관람한 <헤드윅>의 감동은 처음과는 비교할수없을 정도로 벅찬 그것이었다. 그저 음악으로만 좋다고 생각했던 헤드윅의 넘버들이, 공연 안에서 새롭게 완성되었다. 나는 이제서야 절반쯤은 막연했던 'Long Grift', 'Wicked little town' 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가볍고 웃음과 화려한 모습 뒤의 그 서글픔과 외로움. 왜 그땐 그의, 그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김다현이 보여준 헤드윅은, 여성스럽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헤드윅이었다. 과장되게 화장을 한 그 얼굴이 가까이서 봐도 그닥 거부감이 들질 않더라. 헤드윅 망토를 매고 무거운 듯 바둥거리는 모습이나, 정말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듯 도취된 표정,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과감한 동작들. 'Sugar daddy' 에 한치의 빈틈없이 딱 들어맞는, 달콤한 목소리. 엄청 화끈했던 카워시도 인상적. 뒤에 이석준씨가 앉아계셨는데, 이석준씨한테도 잠시 카워시를 시도 (...) 내가 기억하는 송용진씨는 좀 더 감성적이고 은근히 섹시한듯한 음색의 헤드윅이었는데. 송용진씨의 헤드윅을 다시 보고싶어졌다. 단단하고 남자다워보이는 이석준씨의 헤드윅도, 새로 선발된, 가장 여성스러운 헤드윅이라는 이주광씨의 헤드윅도. 그들 배우들이 해석한 헤드윅은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표현해냈을지, 나는 그 안에서 그 헤드윅의 어떤 마음을 또 발견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김영지의 이츠학은 조금, 조금 아쉬웠다. 정말 가창력이 좋은 가수라고는 생각하지만, 아직 연기까지는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다. 전에 봤던 전혜선의 이츠학이 정석적이었던 듯. 굵고 남성적이고 터프한 연기도, 때때로 조금은 여성적인 음색이 필요할때도, 마지막 드랙퀸으로 다시 등장했을때의 모습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김영지의 이츠학은 한가지 음색으로만 일관했다. 원래 목소리인지, 의도했는지, 아니면 목상태가 안좋은지, 너무 남성적인 모습 하나로만 일관해서 조금 아쉬웠음. 

  이틀 연속으로 뮤지컬 보니까 힘들다. <쓰릴미>는 물론이도 <헤드윅>도 감정소모가 있는 공연이라. 요즘 잠도 잘 못자는데, 정말 힘들었다.


by 하치 | 2008/07/03 02:56 | 뮤지컬, 연극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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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클라멘 at 2008/07/03 18:20
전 갠적으로 영미님의 이츠학이 좋아요..흐흐 저도 조만간 지르지 않을까..싶..네요..ㅎㅎ

이제 살짝 쉬어주세요! 그 두 작품은 정말 감정의 소모가 많으니... 체력보다 더 심한... 뭐 그런..ㅎㅎ
즐거우셨겠어요! ㅎㅎ
Commented by 하치 at 2008/07/03 22:40
아아 네! 이영미님도 좋아요. ^^
잠시 쉬어야죠. 예매해둔 공연 기다리면서... 사실 돈도 없고... ㅜ.ㅜ
헤드윅은 당분간 오픈런이라니까, 여유있게 봐도 괜찮을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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