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분양하기


  제가 물건에 대한 집착, 소유욕이 참 심한 편입니다. 특히 책 욕심이 참 많아요. 책 한권이라도 맘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의 책을 몽땅 구매해서 컬렉션을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죠. '이 책은 괜찮았는데, 이 책은 별로네' 싶은 경우가 생겨도 모두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줘 버리는 것, 중고로 판매하는 것 등등은 정말 마음을 아무리 먹어도 쉽지 않더라구요. 읽지 않을 책이라도 책 꽂이에 꽂혀 있기를, 저는 바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걸 좋아합니다.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사이와도 같은 인격적인 관계를 책과 만들어나가는 거에요. 그렇게 되면 아무 부분이나 펼쳐 읽어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고, 또 처음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석같은 부분들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도 즐거워지죠. 그리고 당연히 책을 분양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구요.

  하지만 최근 하나 둘 '더 이상 친구하고 싶지 않은' 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아니었던, 나와 잘 맞지 않는 책. 인연일 줄 알았는데 내 직감이 틀렸던 책. 한 번 흥미롭게 읽긴 했는데 다시는 읽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 그런 책. 주로 계획적으로 구매한 게 아닌, 호기심이 앞서 충동적으로 구매해버린 책들이 대부분이었죠. 왜 사람도 한 번 만나보긴 했는데, 딱히 다시 만나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지는 않은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결정적으로 프랑스 모 베스트셀러 작가의 세글자 제목 소설책이 큰 역할을 했다죠. 하하. 책에 관해서는 한없이 마음이 약하고 우유부단한 저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자마자 팔아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제 마음을 지배하더군요. 그래서 '안되겠다, 더 이상 우유부단한 태도는 나에게 짐만 될 뿐이겠구나' 싶어서 자리만 차지할 뿐 저와 인연이 끝난 책들을 솎아냈습니다. 그렇게 몇달 전 책을 좀 팔아치웠어요. 그리고 이번에 다시 또 솎아내기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역시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네요. 인간이란.

  사실 이번에 분양하는 책들 가운데에는 좀 더 서로(?)를 알아가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 책들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상 제 쪽에서 잠시만 이별을 하려고 하는 건데, 영 시원섭섭하네요. '누나가 너 미워해서 떠나보내는 거 아니야. 나중에 조금 여유 생기면 그 때 좋은 모습으로 꼭 다시 만나자. 응? 누나 믿지?' 정도의 대사를 쳐 주고 싶은 그런 상황입니다.

  

 
by 하치 | 2007/11/13 17:27 | 시간을 보내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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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렉스 at 2007/11/13 17:48
네, 저도 음반과 책을 남에게 주거나 빌려주는건 아직도 낯선 일이더군요.
Commented by 하치 at 2007/11/14 08:25
그렇죠?
저도 제가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한건지 ^^
Commented by poxen at 2007/11/14 09:09
제겐 [내 이름은 빨강]이 그런 책이었어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7/11/15 01:23
오오, 책 ㅠㅠ 저도 누가 책 좀 안겨주셨으면 좋겠어요 ㅎ
Commented by leetzsche at 2007/11/15 02:07
엇 책 뭐 분양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하치 at 2007/11/15 04:08
poxen / 읽어보고싶은 책 중 한권입니다. ^^
耿君 / 저두요.
leetzsche / 네이버 ㄹㅇ카페에 올려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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